6화 <하느님의 저주> -은총알 장편소설
※본 이야기는 허구로 작성된 이야기입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죽어서 후련하다기보단 찝찝한 느낌이었다. 졸음운전으로 사람을 죽인 만큼 평생 고통받으며 살아가야 할 사람이, 오히려 편하게 죽어버렸단 생각에 찝찝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아빠는 활짝 웃고 있었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아빠는 인상을 쓰고 있다. 소식을 듣고 이모와 할머니도 병원으로 바로 오고 있다고 의사 선생님은 말하셨다. 엄마는... 엄마는 이런 상황에 옆에 있어줘도 모자랄 판인데 지금 엄마마저 걱정되는 상황이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어떤 점이 맘에 안 들었길래 하느님은 날 이런 불행에 빠뜨린 것일까.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해서는 안 된다. 만약 존재한다면 나에게만 이런 불행을 주어서는 안 된다. 나보다 나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 우선 엄마가 괜찮은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병원의 전화기를 빌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계속 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큰일났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엄마가 간 병원이 어디인지도 모르는데, 연락마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열 번은 더 전화를 걸었다. 먼저 연락해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가 좌절하고 있을 때 이모와 할머니가 같이 도착했다. 이모의 아들은 집에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날 안고 울었고, 이모는 그런 할머니를 안았다.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시간은 계속 흐르기만 했다. 난 하느님을 탓했지만, 사실 이건 전부 내 잘못이었다. 내가 생일날 에벌랜드를 가자고 해서 간 거고, 빨리 롤러코스터를 타자고 해서 개장 후 바로 뛰어간 거고, 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엄마가 강도에게 잡혔다. 아빠는 나 때문에 엄마를 두고 집으로 와 볼 수밖에 없었을 거고, 그러다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전부 내 탓이었다. 내가 어제가 생일만 아니었어도, 에벌랜드를 가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롤러코스터를 무리해서 빨리 타지만 않았어도,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먼저 집에 가지만 않았어도 아빠는 살아있고 엄마도 멀쩡했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 되돌려야만 한다. 이상하게도 과거에 내가 놀렸던 친구 한 명이 떠올랐다.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걸 가지고 나는 놀렸다. 그 친구는 그런 놀림이 익숙한 듯 담담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나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담담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하느님을 탓하면서, 날 탓하면서 후회하고 있다. 이때, 아까 엄마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던 전화기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하며 나에게 전화기를 넘겨주었다. 심호흡을 크게 했다.
“여보세요?”
작가의 말 과연 전화를 받은 상대는?? 주인공 너무 불쌍하네요 |